문화 생활이라고는 영화외엔 전무했었는데 연말을 맞아 여친님과 콘서트나 연극을 볼 계획을 하다가 콘서트 티켓이 너무 비싸 연극을 보기로 했다.
여친님에게 알아서 예매하랬더니 남포동 가마골 소극장에서 공연하는 '70분간의 연애'를 선택했다.
어릴때 스크루지 같은 어린이용 뮤지컬등을 본 것을 제외하곤 연극을 본 적이 없었던 것 같다.
기대하며 극장안으로 들어섰는데 규모나 시설을 보고 실망해버렸다.
너무 작은 무대, 어디서 주워왔음직한 소파처럼 생긴 관람석은 최신 시설의 멀티플렉스 영화관에 익숙한 나에겐 충격에 가까웠다.
소극장이란 말을 흘려들은 나의 무지 탓이다. ^^;
말 그대로 소극장인데 말이다.
시설이 열악한 반면 배우들을 가까이서 볼 수 있다는 기대감도 있었다.
본격적으로 연극이 시작되기 전 출연 배우 하나가 영화의 한 장면처럼 스케치북에 써 놓은 글을 하나씩 내리며 극장에서의 매너에 대해 재미나게 소개하는 시간이 있었다.
연극관람이란 것이 클래식 감상처럼 엄숙한 분위기인지 알았는데 화통하게 소리내어 웃고, 배우들과 함께 호흡하는 것이라는 걸 그 짧은 시간이 말해주었다.
덕분에 한결 편안하게 관람할 여유가 생겼다고나 할까....
'70분간의 연애'는 15년지기 이성친구가 연인으로 거듭나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친구라고 생각했지만 그 우정속에 애틋한 사랑이 담겨있었던 것이다.
연극을 보는 내내 어쩌면 남녀간에는 우리가 흔히 말하는 친구간의 우정이란 존재하지 않다는 얘기를 전하는 것은 아닐까 생각했다.
남녀간에 친구란 없다는 끝나지 않는 논쟁 말이다.
물론 기획의도는 그런것이 아닌 것 같지만 말이다. ㅋㅋ
단 세 명이 배우만 출연한다는 것도 나에게는 흥미로웠던 점이다.
그리고 대사들도 참 재치있었고, 연기도 좋았기에 유쾌한 시간이었다.
당연한건데 표준어로 연기하는 배우들의 말투가 적응이 안되기도 했었고, 이쁜 여배우가 바로 눈 앞에서 거침없이 연기하는 모습도 참 인상적이었다.
무엇보다 연극관람이란 것이 생각보다 어렵지 않으며 오히려 배우들과 한 자리에서 교감할 수 있어 영화보다 더욱 흥미롭다는 것을 알 수 있었던 시간이다.
어쩌면 이제부터 영화처럼 자주 연극을 찾을지도 모르겠다.
연극 '70분간의 연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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